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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 생체시계, 건강 유지와 다이어트의 핵

내 몸을 조율하는 생체시계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배시, 마이클 영 교수 등은 20여 년간 생체시계와 리듬을 연구해왔다. 사람을 비롯한 거의 모든 생명체는 지구 자전에 맞춰 해가 뜨면 일어나 활동을 하고 일정 시간에 배고픔을 느껴 식사하며 해가 지고 밤이 되면 다시 잠을 잔다. 이처럼 빛이 있는 낮과 어두운 밤 환경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생리적 반응을 ‘광주기성’이라고 한다. ‘생체시계’로 알려진 '서캐디안 리듬(circadian rhythm)'은 생명체가 광주기성에 영향을 받으며 일(日)주기 운동, 즉 24시간 주기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체시계는 이를 발현하는 인자인 ‘시계유전자’와 함께 하루 24시간 주기에 따라 수면과 기상, 체온, 혈압, 호르몬 등을 조절하면서 인체 활동과 생활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친다.

생체시계는 뇌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각 기관과 세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신체 동시성을 유지한다. 여행을 할 때 시차로 인한 제트래그가 생기거나 주∙야간근무를 할 때 신체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생체시계가 조절하는 동시성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시성이 깨지면 비만과 당뇨병 등 각종 대사질환은 물론 우울증, 치매, 심지어 암까지 발병 위험이 커진다. 수명과 건강, 다이어트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체시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각종 연구 결과를 통해 알아보자.

우울증 위험 증가

지난 5월 15일 발표된 최근 연구 결과를 살피면 낮에 활동이 적거나 밤에 활동이 많아서 일반적인 생체시계 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이들은 우울 및 조울증 등 정신 건강에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컸다. 글래스고대학의 로라 리올 교수와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9만1,105명을 대상으로 일주기 운동의 주기적 리듬이 방해받는 정도인 일주기 상대 강도를 산출했다. 낮에 활동이 없거나 밤에 더 많이 활동하는 이들은 대조군에 비해 외로움을 크게 느꼈고 우울증과 신경증 위험이 높았으며 행복감과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연구 결과는 랜싯 정신건강의학 온라인에 게재됐다.

야근하는 여성

비만과 당뇨 위험 증가

올 2월 당뇨병 케어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27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야간근무를 많이 할수록 일반 근로자보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44% 높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야간근무자는 일반 근무자나 일하지 않는 이에 비해 당화혈색소 수치가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오베서티 리뷰(obesity review)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야간근무자는 일반근무자에 비해 비만이나 과체중 위험이 높았고 교대근무 근로자는 복부 비만 발생 빈도가 더 높았다. 또한 지속적으로 야간근무를 하는 그룹은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그룹보다 비만 위험이 29% 높았다. 전문가들은 야간근무를 하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아 당뇨와 비만 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유방암 비롯해 각종 암 위험 증가

중국에서 기존 연구 61건을 종합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장기적인 야간 활동은 생체시계에 영향을 미쳐 여성의 각종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야간근무를 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전체 암 발병 위험이 19% 높았고, 피부암 위험은 41%, 위장 관련 암 위험 35%, 유방암 위험 32%, 폐암 위험은 28%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남성 성기능 저하

지난해, 베일러의과대학의 존 시갈로스 교수와 연구팀은 2,487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교대근무와 수면 장애로 인한 남성의 비뇨기 건강과 성기능 장애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교대근무를 하는 남성은 일반근무를 하는 남성보다 정자 밀도와 운동량,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성기능 저하 및 장애 위험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시간제한 다이어트

생체시계가 체중을 조절한다? 시간제한 다이어트

캘리포니아 솔크연구소 연구진이 조사한 바, 대부분 사람이 깨어있는 동안 쉬지 않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다. 연구진은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사람, 하루 14시간 이상 음식을 섭취하는 이들에게 하루 10~12시간 내에만 음식을 먹도록 하는 시험을 진행했다. 3주 후, 참가자의 체중이 평균 3kg 줄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체중이 감량하는 효과를 얻었다. 보통 성인 남녀 기준으로 평균 14~16시간 음식을 섭취하므로 이를 단축하면 약 20%의 열량 섭취를 함께 줄일 수 있다는 것. 즉 음식 먹는 시간을 제한해 일일 총섭취량 또한 줄이는 것이 시간제한 다이어트의 핵심 이론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순히 먹는 시간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생체시계를 바로잡는다는 원리가 숨어 있다. 최소 12시간 공복 유지, 수면 3시간 전 금식, 최소 7시간 수면 등 시간제한 다이어트의 원칙은 생활방식과 수면 패턴을 바로잡아 건강 증진을 돕는다.

생체시계, 활성화할 수 있을까?

의학박사 네고로 히데유키 교수는 저서<시계유전자>에서 “시계유전자를 잘 활용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정신력이 강해지며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로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체내시계에 따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컵을 마시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일어나서 1시간 이내에 아침을 먹으라”며 “주요 업무는 오전에 처리하고 오후 1시까지는 점심 식사를 끝내며 밤 9시 이후 식사는 불면증과 비만을 초래하므로 저녁 식사는 되도록 일찍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것이 건강 유지의 비결”이라는 백 세 장수인의 고백이나 “군대에 있을 때 가장 건강했다”는 군필 남성들의 우스갯말은 거짓이 아니다. 일상에서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바르게 유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생체시계 발현의 핵심이다. 반면 다음과 같이 생체시계 활성화를 위협하는 요소도 있다.

만병의 원인, 비만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복부 내장지방 및 피하지방 면적과 시계유전자 발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남녀 75명을 대상으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검사를 통해 복부 내장지방과 피하지방 면적을 측정하고, 말초혈액단핵구세포로부터 시계유전자를 추출해 유전자 발현을 측정한 결과, 내장지방 면적이 증가할수록 일부 시계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했다. 즉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정상적인 시계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일주기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 생체시계 혼란으로 인한 각종 질병 위험을 낮추고 싶다면 복부 비만부터 관리해야겠다.

잠을 자고 있는 여성

아침 식사를 거르면?

텔아비브대학 연구팀이 ‘당뇨병 치료’에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아침 식사를 하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생체시계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혈당과 비만 관리에 더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침 식사를 거르고 점심을 먹으면 체중 감소 관련 유전자 활동이 억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곽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성인 3,5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아침을 거르는 남성과 여성은 대조군보다 각각 1.9배와 1.4배씩 체중이 증가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시간제한 다이어트나 간헐적 단식을 시도하고 싶다면 일주기 운동에 따라 아침을 잘 챙겨 먹고 저녁을 일찍 먹거나 거르는 방법으로 실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소셜 제트래그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연구팀은 학교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2년 동안 학생 1만5,000여 명의 일주기 리듬과 활동을 추적했다. 조사 대상의 40%만이 학업 일정과 동시성을 갖춘 생체시계를 유지했고 나머지 60%는 30분 이상의 생체시계 불일치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처럼 사회 활동으로 인한 개인 일주기 시계와 환경 간의 불일치가 소셜 제트래그(social jet-lag), 즉 '사회 시차로 인한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통 출근이나 등교를 위해 평일에는 상당히 일찍 일어나지만 주말에 늦잠을 자면 수면 차가 급격히 심해져 피로, 우울, 비만, 각종 질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생체시계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면 주말에도 평일과 비슷한 시간에 기상하고 식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

전문가들이 숙면을 위해 침실을 무조건 어둡게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빛이 수면을 돕는 멜라토닌 등 호르몬 분비를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가 태반이지만 이 역시 정상적인 생체시계 유지를 위협하는 행동이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이나 패드 등으로 시각적 자극과 빛을 받으면 그 당시에도 잠이 잘 오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없을 뿐더러, 심지어 일찍 자고 싶은 날이나 피로가 심해 숙면이 필요한 때에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장기적인 수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